이른바 '압구정 롤스로이스' 교통사고로 중상을 입은 20대 여성이 가해자의 제대로 된 사과도 받지 못한 채 끝내 세상을 떠난 가운데, 사랑하는 딸을 잃은 유족들의 인터뷰가 공개돼 안타까움과 공분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한 달의 기다림
2023년 12월 1일 MBC는 "유족들이 가해자로부터 제대로 된 사과도 받지 못했다"라고 보도했습니다.
배모(27)씨는 지난 2023년 8월 2일 오후 8시 10분께 서울 강남구 신사동 압구정역 4번 출구 인근 도로에서 약물에 취한 운전자 신우준이 몰던 롤스로이스 차량에 치이는 사고를 당했습니다.
당시 사고로 뇌사 상태에 빠져 병원에 입원 중이던 배 씨는 사고 약 4개월 만인 2023년 11월 25일 오전 5시께 세상을 떠났습니다.
고향인 대구 영화관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배 씨는 지난 2022년 영화배급사에 정직원으로 합격해 서울로 상경했습니다.
딸을 잃은 슬픔에도 인터뷰에 나선 유족들은 "사고 한 달 전 고향에 내려온 게 마지막 만남일 줄은 꿈에도 몰랐다"라며 울분을 토했습니다.
피해자의 오빠 A씨는 "오빠 노릇도 잘 안 하고 그래서 너무 미안하고 이제 와서 이렇게 하는 게 무슨 소용이 있겠나 싶지만"이라며 착잡함을 드러냈습니다.
A씨는 "동생이 일이 재밌고 주변 사람들도 다 좋은 것 같다고 했었다. 그리고 사고 나기 전에는 자기 명함 나왔다고 자랑했다"라며 고인과의 추억을 되새겼습니다.
오빠 A씨는 "제 동생이 25일 날 돌아갔는데 24일이 생일이었다"라며 동생의 생일을 언급했습니다.
이어 그는 "살 수 있는 게 원래 3개월 정도가 최대라고 했는데 한 달 동안 자기 생일까지 기다려줬다"라며 울먹였습니다.
유족들은 유튜브 방송 등을 통해 혐의를 부인해 오던 가해자가 재판이 시작되고 나서야 변호사를 통해 사과 편지를 보내고 싶다는 연락을 해왔다고 알렸습니다.
A씨는 "그 사람이 사고 내고 유튜브에 나가거나 TV에 나와서 인터뷰하는 걸 봤다"라며 분노했습니다.
그러면서 "그걸 보고 저희는 합의할 생각도 없고 그런 거 받을 의향도 없다고 확신이 섰다"라고 덧붙여 가해자의 엄벌을 촉구했습니다.
“도주 아니라니까요?”
1995년생 가해자 신우준은 서울 압구정역 근처에서 약물에 취한 채 인도로 돌진해 배 씨를 뇌사 상태에 빠뜨리고 구호 조치 없이 도주한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도주치상등)로 지난 2023년 9월 구속기소 됐습니다.
신우준은 범행 당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8시 사이, 시술을 빙자해 인근 성형외과에서 미다졸람, 디아제팜 등 향정신성 의약품을 두 차례 투여받고 정상적인 운전이 어려운 상태에서 차를 몬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아무런 구호 조치 없이 도주했던 신우준은 "성형외과에 피해자 구조를 요청하러 갔다"라고 주장했지만, 검찰은 "신 씨가 병원 측과 약물 투약 관련 말을 맞추기 위해 현장을 떠났다"라고 판단했습니다.
지난 2023년 11월 16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공판에서 신우준은 특가법상 위험운전치상, 도로교통법상 사고 후 미조치 등 혐의에 대해 인정했습니다.
그러면서도 "도주 의도를 가지고 현장을 벗어난 게 아니다"라며 뺑소니, 불법 마약류 투약 등 자신의 일부 혐의에 대해서는 부인했습니다.
그러나 평소와 다름없던 퇴근길, 신우준이 몬 차에 변을 당한 배 씨는 뇌사에 빠진 지 115일 만에 끝내 세상을 떠났고 이에 따라 검찰은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도주치상 등 혐의로 기소된 신씨의 혐의를 특가법상 도주치사 등으로 변경해 달라는 공소장 변경 허가 신청서를 제출했습니다.